



1920년대, 과학계는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인 원자 세계를 연구하다가 멘붕에 빠졌다.
우리가 사는 거시 세계 에서는 공을 던지면 벽에 부딪혀 튀어나오는게 당연한 현상이지만
원자와 같은 아주 작은 미시 세계에서는 전자가 눈앞의 단단한 에너지 장벽을 그냥
‘유령처럼 슥~ 통과’해 버리는 현상이 발견된다.
과학자들은 이를 ‘양자 터널링 효과’라고 불렀다.
쉽게 말하면 꽉 막힌 콘크리트 벽을 향해 전속력으로 뛰어갔는데,
벽을 부수지도 않고 몸이 분자 단위로 벽을 스치듯 통과해 반대편으로 가 있는 상황.
당시 대중과 주류 학계는 “말도 안 되는 판타지 소설 같은 소리”라고 비웃었으며
실생활에는 전혀 쓸모없는, 골방 위 과학자들의 수학 장난 취약점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27년뒤 1947년, 벨 연구소의 과학자들이 이 말도 안 되는 양자역학적 성질을 이용해
‘트랜지스터(Transistor)’라는 아주 작은 소자를 발명한다.
그 전까지 컴퓨터를 만들려면 성인 주먹만 한 진공관이라는 전구를 수만개씩 이어 붙여야 했으니
당연히 컴퓨터 한 대가 집 한 채 크기인데다, 열도 너무 많이 났고
나방이라도 들어가 타 죽으면 컴퓨터가 멈추는 시대였다.
하지만 트랜지스터는 전자의 ‘터널링 효과’ 등을 통제하여 전류를 흘렸다 끊었다 하는
스위치 역할을 아주 미세한 크기로 완벽하게 해낸것이다.
진공관이 하던 일을 손톱만 한 칩 안에서 처리하게 된 것.
오늘날 이 대중화의 결과는 너무나 경이롭다.
우리가 들고 있는 스마트폰의 AP(두뇌) 칩 하나에는
이 트랜지스터가 무려 100억 ~ 150억개 이상 들어가 있는데
손톱만 한 크기에 수백억 개의 스위치를 쑤셔 넣다 보니, 스위치 사이의 간격이
수 나노미터(10억 분의 1미터) 수준으로 좁아졌다.(머리카락 굵기의 수만 분의 일)
우리가 지금 유튜브를 보고, 카카오톡을 보내고, 다채로운 게임을 할 수 있는 것은
100년 전 과학자들이 발견한
“전자는 벽을 통과할 수 있다”는 황당한 양자역학 법칙”
덕분인것.
실제로 스마트폰을 누를 때마다
손안에서 수백억 번의 ‘유령 통과 마술’이 일어나고 있는 셈인데
그 트랜지스터를 엄청나게 촘촘하게 만들어 놓은 물건이 바로
반도체다.
재미있는건 사실 이 반도체의 핵심 원리는
전세계 모든 대학교 물리학 서적에 모두 나와있다.
전세계가 핵심 원리를 모두 완벽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TSMC와 삼성전자가 하는 일들을
그 어떤 회사도 따라하는게 불가능에 가까운 이유는
‘원리는 모르지만 원리만 알면 따라만들 수 있다’ 라는것보다,
‘원리를 알아도 따라하지 못하는 물건’의 난이도는
비교 불가 수준으로 상상을 초월한다.
그 ‘핵심’ 원리는 모든 나라들이 정확히 알지만
트랜지스터를 이렇게나 촘촘하게 박아 넣으며
삼성전자, TSMC의 수십년에 걸친 장인정신을 따라하려면
초기 시작 단계에서만 최소 수십 ~ 수백 조원의 적자를 보며
도전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하기 때문이고
수십조원의 적자를 매년 감수하면서 도전하더라도
‘언제까지 이 기약없는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지 감도 안잡히는 영역’
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