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의 혼을 깨운 거장, 최고의 영예에 오르다
지난 4월, 향년 68세의 일기로 우리 곁을 떠난 사단법인 제주올레의 서명숙 이사장에게 정부가 대한민국 최고 훈격의 하나인 국민훈장 모란장을 추서했다. 이는 고인이 생전에 보여준 제주와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관광 발전에 대한 헌신적인 노력을 기리기 위한 결정이었다. 지난 18일,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직접 제주 서귀포시 제주올레여행자센터를 방문하여 서명숙 이사장의 유가족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전달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장관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고인의 업적을 회고하며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와 함께 국가의 존경심을 표명했다. 이날 행사는 제주올레길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길을 제시했던 고인의 숭고한 정신을 다시 한번 기리는 자리가 되었다.
유리천장을 깬 언론인, 펜으로 세상을 흔들다
제주 서귀포시에서 태어나 제주의 푸른 숨결을 마시며 자란 고인은 신성여자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하며 지성의 기반을 다졌다. 1989년에는 대한민국 시사 언론의 새 지평을 열었던 시사저널의 창간 멤버로 합류하여, 정치부 기자로서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회를 조명했다. 이후 정치팀장을 거쳐 시사지 역사상 최초의 여성 편집장이라는 기념비적인 타이틀을 거머쥐며 언론계의 유리천장을 깨는 선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2005년부터 2006년까지는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의 편집국장을 역임하며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도 강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녀는 펜으로 불의에 맞서고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사회의 공론장을 넓히는 데 크게 기여했다.
제주에 길을 내다, 올레길의 위대한 탄생
치열했던 언론인 생활을 마무리한 고인은 2007년 9월, 새로운 인생의 길이자 제주의 미래를 열 사단법인 제주올레를 발족하는 담대한 도전을 시작했다. 그녀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주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오직 두 발로 느낄 수 있는 도보 여행길을 구상했다. 제주의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지역 주민의 삶과 조화를 이루는 길을 만들고자 하는 숭고한 철학이 담겨 있었다. 같은 해 제주올레 1코스를 성공적으로 개장하며 제주의 새로운 관광 시대를 예고했다. 이후 끊임없는 열정과 노력으로 2022년에는 27번째 코스인 18-2코스까지 완성하며, 총 27개 코스, 437킬로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도보 여행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로써 제주는 전 세계 걷기 여행자들이 주목하는 최고의 명소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길 위에 새긴 영원한 발자취, 수많은 찬사로 빛나다
서명숙 이사장의 빛나는 업적은 수많은 기관과 국민들의 존경으로 이어졌다. 그녀는 2009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대통령 표창을 받았으며, 2010년에는 재암문화상을 수상했다. 2013년에는 일가재단 일가상 사회공익부문 수상자로 선정되어 사회 공헌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았다. 특히 2017년에는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훈하며 국가적 영예를 안았다. 2021년에는 한국YWCA연합회 한국여성지도자상 대상을 수상, 여성 리더로서의 모범을 보였다. 또한 2025년 제주 그린어워드 헤리티지 공로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등, 시대를 초월하여 그 공로가 빛을 발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그녀가 “걷기 여행을 통해 자연과 여행자, 지역민이 서로 존중하며 공존하는 생태문화 공간을 성공적으로 구축하여 지속 가능한 관광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어 “제주올레길을 단순한 걷기 코스를 넘어 국제적인 교류형 걷기 여행 모델로 성장시켜 우리 사회에 걷기의 진정한 가치를 널리 확산했다”고 덧붙이며 고인의 업적을 기렸다.
길에서 찾은 삶의 의미, 우리에게 남긴 영원한 교훈
서명숙 이사장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유산은 단순히 아름다운 길을 넘어, 삶의 속도를 늦추고 자연과 교감하며 지역 공동체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한 걷기 문화 그 자체다. 그녀의 삶은 한 개인이 가진 비전과 열정이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키고, 수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지 명확히 보여주었다. 제주올레길은 이제 단순한 트레일이 아니라, 치유와 성찰, 그리고 연대의 상징이 되었다. 우리는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자연의 소중함과 공동체 의식, 그리고 삶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는 귀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서명숙 이사장의 정신은 제주의 바람과 함께 영원히 살아 숨 쉬며, 앞으로도 수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이끌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