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룹 울타리 벗어나는 대담한 결정,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이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에서 최종적으로 탈퇴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임금 인상과 인사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지속해온 준법 투쟁의 연장선에서 나온 중대한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노조는 지난 24일부터 28일까지 조직 형태 변경과 규약 개정 등에 대한 조합원 투표를 진행했으며 결과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나타났다.
투표권을 가진 4,005명의 조합원 중 2,479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이 가운데 무려 2,392명 즉 96.5%가 찬성표를 던졌다. 이 안건의 가결 조건은 조합원 과반 투표와 투표자 3분의 2 이상 찬성이었음을 고려할 때 이번 결정에 대한 조합원들의 의지가 매우 강력했음을 알 수 있다. 노조 관계자는 행정 절차만 마무리되면 며칠 내로 초기업 노조 탈퇴가 완료될 것이라고 전했다.
흔들리는 초기업 노조, 삼성그룹 내 노사 관계 새판 짜이나
삼성그룹 초기업 노조는 2024년 2월에 결성되었으며 현재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화재 노조 등 여러 계열사 노조가 소속되어 있다. 총 조합원 수는 약 7만 3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의 탈퇴는 초기업 노조의 조직 운영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앞서 삼성전기 제1노조가 초기업 노조에서 탈퇴한 전례가 있었다. 비록 이후 삼성전기 내에 또 다른 노조가 초기업 노조에 새로 가입했지만,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탈퇴는 그룹 내 개별 기업 노조의 독립적인 움직임이 확산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 초기업 노조는 삼성전자 노사 합의 이후 성과급 차등 지급에 대한 삼성전자 노조 조합원들의 불만이 속출하며 이탈자가 발생했던 상황이었다.
‘실익 부족’ 판단, 독자적인 목소리로 조합원 요구 관철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초기업 노조의 창립 멤버임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인 길을 택한 배경에는 전략적인 판단이 작용했다. 노사 협상이 장기간 공전하는 상황에서 초기업 노조 활동을 통해 얻는 실질적인 이득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노조는 조합원들의 이해와 요구를 보다 직접적이고 신속하게 반영하기 위해 독자적인 기업별 노조 체계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고 설명했다.
초기업 노조의 울타리 안에서는 개별 기업의 특수한 상황과 조합원들의 구체적인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기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했다. 이번 탈퇴 결정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특화된 노사 관계를 구축하려는 노조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조합원들의 권익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본격적인 노사 협상 예고, 격렬했던 파업과 준법 투쟁의 연속
초기업 노조에서 벗어나는 것을 계기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사측과의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지난주 양측은 만남을 가졌으며 다가오는 다음 달 1일과 2일에도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을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교섭을 재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현재 사측과 탐색전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노사 갈등의 역사는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이때부터 사측과 임금 및 단체 협약을 위한 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노조는 지난 4월 28일부터 30일까지 60여 명 규모의 부분 파업을 단행했고, 지난달 1일부터 5일까지는 2,800여 명이 참여하는 전면 파업을 진행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어 지난달 6일부터는 연장 및 휴일 근무를 거부하는 형태의 준법 투쟁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생산 공정의 일부에서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별 노조의 부상, 대기업 그룹 내 노사 관계 변화의 시그널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의 초기업 노조 탈퇴는 대기업 그룹 내에서 개별 기업 노조의 목소리가 점차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다. 이는 과거 그룹 차원의 일률적인 노사 관계를 넘어, 각 계열사의 특성과 조합원들의 개별적인 요구가 더욱 중요해지는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앞으로 삼성그룹 내 다른 계열사 노조들 역시 초기업 노조의 실효성에 대한 재평가를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러한 변화는 대기업 그룹의 노사 관계 패러다임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시사하며, 기업들은 개별 노조의 요구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능동적으로 소통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번 결정은 개별 기업 단위의 자주적인 교섭권 확보를 통해 조합원들의 실질적인 권익을 증진시키려는 노조의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