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읽기에 들어선 퇴임 시점, 전격적으로 재개발 인가
서울 종로구의 전임 구청장이 퇴임을 불과 2주가량 앞두고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시행계획 변경안을 최종 인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 소식은 서울시 관계자를 통해 알려졌으며, 전임 구청장이 직접 변경 인가 사실을 서울시에 통보했다고 한다. 이러한 전격적인 인가는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차기 종로구청장 당선인의 공식적인 요청에도 불구하고 진행되었다. 차기 구청장 당선인은 세운4구역 사업 인가 절차를 전면 중단할 것을 구청에 강력히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전임 구청장은 이러한 요구를 뒤로하고 최종 결재를 강행하여 논란이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세계유산 종묘의 존엄성을 지켜라, 국가유산청의 경고
이번 종로구의 결정이 행정 절차상 고시 및 공고까지 이뤄진다면, 세운4구역 개발을 위한 필수적인 행정 절차는 국가유산청 자문기구인 국가유산위원회의 매장유산 심의만을 남겨두게 된다. 그러나 국가유산청은 이미 지난달 종로구와 서울시에 공문을 보내 재개발 사업에 대한 중요한 지침을 내린 바 있다. 당시 국가유산청은 세운4구역 재개발이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며,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선행한 후에야 사업 시행 인가 절차를 진행하라고 명령했다. 종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그 보존 가치가 매우 높은 중요한 국가유산이다.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의 뜨거운 대립, 무엇이 쟁점인가
서울시는 세운4구역의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도 제한을 대폭 완화하며 재개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이는 부족한 사업성을 보완하고 개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국가유산청은 세운4구역에 들어설 고층 건물들이 세계문화유산 종묘에서 바라보는 스카이라인과 경관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반드시 우선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세운4구역이 종묘로부터 약 180미터가량 떨어져 있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며, 영향 평가를 받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표명했다.
정치적 결단과 문화유산 보존의 갈림길,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
이번 종로구의 인가 결정은 전임 구청장의 퇴임을 앞둔 시점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져 차기 구청장 당선인과의 불화는 물론, 개발과 보존을 둘러싼 서울시와 국가유산청 간의 깊은 갈등을 표면으로 드러냈다. 이는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지역의 미래와 세계유산의 가치, 그리고 공공의 이익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복잡한 쟁점들을 제기했다. 속도감 있는 도시 개발이 필요한지, 아니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소중한 문화유산을 철저히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던져졌다. 이러한 사안은 공공 행정의 연속성과 책임감, 그리고 문화유산 보호에 대한 확고한 원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