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 위에 피어난 마지막 영광, 국민훈장 모란장 추서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지난 4월 7일 세상을 떠난 고 서명숙 이사장이 국민훈장 모란장을 추서받았다고 19일 공식 발표했다. 이번 추서는 한 평생을 길과 사람 그리고 지역을 잇는 데 헌신한 그의 삶과 업적에 대한 국가의 깊은 존경을 담고 있다. 국민훈장은 대한민국 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국민의 복지 향상에 뚜렷한 공적을 남긴 이에게 수여되는 최고 권위의 정부 포상이다. 총 다섯 등급으로 분류되는 이 훈장 가운데 모란장은 그 두 번째 등급에 해당하는 영예로운 상이다.
대한민국 대표 걷기길, 제주올레의 위대한 탄생
정부는 고 서명숙 이사장이 지난 2007년부터 불모지와 같았던 제주도에 제주올레 길을 체계적으로 조성하고 성공적으로 운영해왔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의 열정과 노력이 담긴 제주올레 길은 올해 6월 기준으로 누적 방문객 1340만 명이라는 경이로운 숫자를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걷기 여행길로 자리매김했다. 단순히 길을 만든 것을 넘어 사람들에게 걷기의 즐거움과 치유의 경험을 선사하는 특별한 공간으로 진화했다.
길 위에서 피어난 생태와 문화의 공존
제주올레 길은 단순한 산책로를 넘어 걷기 여행을 매개로 자연과 여행자, 그리고 지역민이 서로 조화롭게 공존하는 독특한 생태 문화 공간을 구축한 선구적인 모델이 됐다. 이 길은 지역 공동체의 삶을 존중하고 환경을 보존하며 지속가능한 관광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극찬을 받았다. 올레 길을 걷는 모든 이들이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고유한 문화를 온전히 느끼고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된 것이다.
제주를 넘어 세계를 이은 평화의 발자취
고 서명숙 이사장의 길에 대한 철학은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갔다. 제주올레 길 조성 및 운영 모델은 일본과 몽골 등 해외 여러 국가로 확산돼 국제교류형 걷기 여행의 모범적인 사례로 발전했다. 정부는 그가 길을 통해 사람과 지역 더 나아가 전 세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걷기의 진정한 가치를 우리 사회 전반에 확산시킨 공로를 깊이 인정했다. 제주올레 관계자는 “사라지거나 끊어졌던 길들을 다시 찾아내어 이어 붙인 그의 활동은 전 세계 지속가능한 걷기 여행의 귀감이 되었다”고 전했다. 이어서 “제주올레는 앞으로도 ‘올레길에서 행복하라’는 고인의 숭고한 뜻이 올레길을 넘어 세계 각지의 트레일을 아우르는 보편적인 가치로 확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기자의 길에서 올레의 길로 인생의 전환점
고 서명숙 이사장은 제주올레를 만들기 전 약 22년간 대한민국 언론계에 몸담으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그는 1989년 시사저널 창간 멤버로 참여하여 시사지 최초의 여성 편집장이라는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다. 또한 2005년부터 2006년까지는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을 역임하며 언론 자유와 시민 저널리즘 발전에 기여했다. 그러나 그는 언론인으로서의 화려한 경력을 뒤로 하고 2006년 9월, 홀연히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로 떠나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36일 동안 약 800킬로미터에 달하는 순례길을 걸으며 깊은 사색과 영감을 얻은 그는 고향 제주로 돌아와 제주올레 길을 구상하고 마침내 현실로 만들었다.
길 위에 남긴 불멸의 유산과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
고 서명숙 이사장의 삶과 업적은 우리에게 깊은 영감을 선사한다. 그는 한 개인의 용기 있는 도전과 끈질긴 노력이 어떻게 한 지역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전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제주올레 길은 단순한 걷기 코스를 넘어 인간과 자연, 공동체가 상생하는 지속가능한 모델을 제시했다. 그의 길은 우리에게 삶의 방향을 잃었을 때 새로운 길을 찾을 용기를 주고 끊임없이 걷고 탐험하는 과정 속에서 진정한 행복과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고인의 유산은 앞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의 발걸음 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이다.